[우리말 바루기] ‘기부채납’
기사를 보면 종종 나오는 용어 중에 ‘기부채납’이 있다. 많은 사람이 이 단어가 무슨 뜻인지 잘 와닿지 않는다고 한다. ‘기부채납’의 ‘채납(採納)’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의견을 받아들임’ ‘사람을 골라서 들임’이라고 나온다. 그렇다면 ‘기부채납’은 기부를 받아들이는 것이라 풀이할 수 있다. ‘기부채납’은 표준국어대사전엔 없고 법률에만 나오는 용어다. 그럼 왜 사전에도 없는 말이 법률용어로 쓰이게 됐을까? ‘기부채납’은 우리 사전은 물론 중국어 사전에서도 찾을 수 없는 말이다. 오로지 일본어 사전에만 나온다. 따라서 우리가 법률을 만들 때 일본 것을 참조하면서 이 용어가 들어왔을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 일본에서 들어온 것이라고 무턱대고 배척할 일은 아니지만 문제는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가 펴낸 행정용어순화편람(1992년)에서 ‘기부받음’ ‘기부받기’로 순화용어를 정하고 순화된 용어만 써야 하는 어휘로 분류했다. 그러나 실제 사용에선 ‘기부받음’ ‘기부받기’로 단순 치환하는 것이 어려우므로 주체에 따라 서술어로 기부하는 것과 기부받는 것 두 경우만 구분해 주면 된다. “30년간 민간업체가 도로를 운영한 뒤 국가에 기부채납할 예정이다”에선 ‘기부할 예정이다’고 하면 된다. 우리말 바루기 기부채납 우리 사전 합리적 의심